우리 회사는 분기마다 QOR을 한다.QOR은 지난 분기 동안의 업무를 정리하고, 다음 분기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는 시간이다. 지난 분기는 내게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프로덕트 관련 업무를 처음 맡았고, 기획부터 오픈까지 전 과정을 혼자 담당했다.처음이라 실수도 많았다. 다행히 함께한 분들이 경험이 많아 큰 문제는 없었지만, 과정 중에 자책도 많았고, 내가 PM으로 잘하고 있는지 고민이 컸다.다른 PM들과 비교하며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PM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우리 회사가 원하는 PM은 어떤 모습인가?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책도 읽고, 회사 비전과 조직도, 팀 목표도 다시 살펴봤다.영상이나 글도 찾아봤다.공통적으로 나오는 결론은 하나였다. "PM은 ..
직장인이 된 지 94일째, 일상대화직장인이 된 지 벌써 94일이 지났다.곧 100일을 맞는다. 첫 한 달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처음 맡은 기획 업무에 방향도 잡지 못하고 헤맸다.하지만 이제는 한결 익숙해져서,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기획을 해내고 있다.그 사이 프로젝트 관리도 조금씩 맡기 시작했고. 업무적으로 사람들과 대화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주제가 정해져 있고, 내가 묻고 상대가 답하면 그만이다.깔끔하고 효율적이다. 그런데 업무 외의 대화는, 그게 참 어렵다.뭘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대화에 대한 고민 이야기를 꺼내면, 친구들은 이렇게 되묻는다.“굳이?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맞는 말이긴 하다.회사라는 곳은 어차피 ‘일’을 하러 오는 곳이니까.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도 일만 하..
오늘 첫 정책 리뷰를 했다.기대한 만큼 긴장도 있었고, 역시나 부족한 점도 많았다. 내가 맡은 건 사용자의 접근 권한에 따라 화면을 다르게 보여주는 정책 설계였다.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았다. 어디서부터 어긋났을까 문서를 만들 땐 나름 구조를 갖춰서 작성했다고 생각했는데, 리뷰 자리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이 많았다.돌이켜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용어가 어려웠다.정책 내에 사용한 단어들이 개발자나 기획자 입장에선 익숙할 수 있어도,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낯설었을 거다.화면 자료가 없었다.정책만 설명했고, 실제 어떤 화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지 못했다.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머릿속에 그림이 안 그려졌을 것이다.초기 설명이 부족했다.어떤 배경에서 이 정책이 나왔고, 왜 필요..
금요일 저녁 7시, 퇴근 시간이 다가왔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 주 월요일에는 문서가 완성이 되어 있어야한다.지금 퇴근하면 오래만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하고 퇴근하기로 했다. 토요일이 되었다.몇년 만에 친구들을 본거라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하지만 아직 할 일이 있다. 문서를 열고 무엇을 해야하는 지 체크했다. 회사에서는 머리가 잘 돌아갔지만 집에서는 다른 것들이 더더욱 하고 싶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지금도 미루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저번주처럼 또 밤새는 일이 생긴다.일요일 밤을 새고 싶지는 않다. 나만의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평일에 회사 일을 마무리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취업 한 지 이제 어느덧 2달하고 절반 조금 안되었다. 다행히도 팀장님께서 계약을 연장해주시겠다고 해서 내년 3월까지 다닐 수 있게 되었다.이제는 진짜 PM으로서 경력을 쌓게 된 것이다. 난 내가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스스로에게 떳떳하지만 지금 기회를 잡은 건 솔직히 운이 정말 컸다. 우연찮게 맞았던 경험들, 그것들을 우연찮게 좋게 봐줬던 분들, 그리고 우연찮게 생긴 자리.. 우연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왔기에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이 든다.나랑 비슷하거나 더 노력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단순히 선택이 달랐기 때문에 길이 달라지게 된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이 자리에서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한테도 미안하고 이 기회를 얻으려고 했던 사람들에게도 미안하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해내려고 할 필요..
PM으로서 일하는 게 어떻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난 한달반 동안 일했던 기억들을 되짚어봤다. 처음에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완성도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하고 시도했던 기억들이 기억났다. 하지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PM 일 자체는 재미있지만 요구하는 역량은 많은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선배 PM님은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PM의 존재의의는 "프로덕트 성공 입니다. 그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합니다." 이후에 늦게까지 일하면서도 이 한문장이 머릿 속에 계속 남았다.지금까지 나는 어떤 업무를 해야하는지에만 집중했을 뿐,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것은 명확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유를 찾으려고도 했지만 그 ..